Ep.84 처음 인도 델리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0시쯤. 다음날 첫 차를 타는 시간까지 공항 신세다. 미뤄둔 인도 계획을 세우고 틈틈이 졸아가며 통이 트기 만을 기다린다. 1월의 뉴델리는 초겨울 우리나라의 기온과 비슷했다. 뉴델리역에서 마주한 매캐한 흰 매연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. 나와 눈이 마주친 수많은 삐끼들은 한결같이 '어디를 가느냐' 그리 물었지만 대답해 줄 수 없었다. 예약한 숙소는 있었지만 아직 나는 어느 곳에도 가고 싶지 않았다. 가고 싶은 곳이 아니라 조금 더 머물고 싶었다. 이 공간 속에 스며들고 싶었다.